[연재 03] 알렉산드로스 동상 앞에서 눈물 흘린 이유 – 젊은 청년의 야망

    알렉산드로스 동상 앞에서 눈물흘리는 카이사르

    오늘날 우리는 서른 초반의 나이가 되면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을 잡거나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데 익숙해지곤 합니다. 이 나이에 이미 온 세상을 정복한 영웅의 동상 앞에 선다면 나는 어떤 기분으로 그것을 쳐다보았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여기, 정계에 입문한 뒤 히스파니아에 파견된 청년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성공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변방의 신전에서 천하를 호령했던 대영웅의 동상을 바라보며 아이처럼 통곡을 터뜨렸습니다. 훗날 로마 제국의 기틀을 다지게 되는 서른한 살의 청년,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이야기입니다.

    이 일화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대표적인 전기 작가인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대비열전)』과 수에토니우스의 『황제열전』에 나란히 기록되어 있어, 후대에 각색된 전설이 아니라 고대부터 전해 내려온 비교적 신뢰도 높은 일화로 평가받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동상 앞에서 눈물흘리는 카이사르

    1. 변방 히스파니아에서 만난 거인의 그림자

    기원전 75년 무렵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몸값을 치르고 풀려난 뒤 오히려 그 해적들을 직접 추격해 처단할 만큼 담대했던 카이사르는, 이후 정치적 입지를 차근차근 다져가며 기원전 69년 로마의 재무관으로 히스파니아 울테리오르(현재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일대)에 파견됩니다.

    재무관으로 히스파니아에 머물던 무렵 그는 오늘날의 카디스(Cádiz) 인근, 산크티 페트리(Sancti Petri)에 위치한 헤라클레스(정확히는 페니키아의 신 멜카르트에서 기원한 ‘가데스의 헤라클레스’) 신전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시 지중해 세계를 호령했던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상과 마주치게 됩니다.

    2.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

    동상을 한참 동안 넋이 나간 듯 바라보던 카이사르는 갑자기 깊은 한숨을 쉬더니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뜻밖의 상황에 놀란 측근들이 까닭을 묻자, 카이사르는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고 전해집니다.

    “알렉산드로스는 내 나이에 이미 온 세상을 자신의 발 아래 두었는데, 나는 지금까지 세상에 이름을 남길 만한 위대한 일을 단 하나도 이루지 못했지 않은가.”

    당시 카이사르의 나이는 서른한두 살 무렵으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원정 도중 세상을 떠난 나이(32세)와 거의 같았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 짧은 생애 동안 이미 페르시아 제국을 무너뜨리고 인더스강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상태였습니다. 반면 당시의 카이사르는 막 로마 하급 관직을 수행하며 막대한 빚에 시달리던, ‘가능성만 있는’ 정치 지망생에 불과했습니다.

    이 눈물은 단순히 남을 질투해서 흘린 열등감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현재 위치에 대한 ‘강렬한 자괴감’이자, 가슴 깊이 잠들어 있던 ‘압도적인 야망이 마침내 깨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일화는 플루타르코스와 수에토니우스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의 고대 전기 작가들에게 모두 등장합니다. 다만 고대 전기문학의 특성상, 이 장면을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기보다는 카이사르의 야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로 읽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3. 눈물을 닦고 던진 배수진 – 거침없는 승부수

    알렉산드로스의 동상 앞에서 흘린 눈물이 그의 야망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카이사르가 보여준 행보는 분명 이전과 달랐습니다.

    이대로 차근차근 승진하는 수준으로는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이후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로, 기원전 65년 안찰관에 취임한 그는 로마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빚을 내어 대규모 검투 경기와 축제, 연회를 개최했습니다. 주변에서 파산할 것이라 경고했지만 카이사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로 기원전 63년, 로마 최고 종교 권력인 대사제(폰티펙스 막시무스) 선거에 출마하며 어머니에게 “오늘 제가 최고 대사제가 되어 돌아오지 못한다면, 다시는 저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나이도, 경력도 한참 앞선 원로원의 거물들을 상대로 한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카이사르의 압승이었습니다.

    4. 카이사르의 눈물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남들이 보기에 ‘재무관’이라는 관직을 얻어 출세길에 올랐다고 안주할 수 있었던 나이, 카이사르는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과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때로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작은 성과에 안주하거나, 반대로 쉽게 좌절하곤 합니다. 하지만 카이사르의 눈물은 ‘스스로 설정한 목표의 크기가 곧 그 사람의 그릇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또는 위기는 남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카이사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어쩌면 알렉산드로스의 동상 앞에서 흘린 카이사르의 눈물은 야망의 눈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위대한 야망의 시작이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자신의 삶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묻는 순간, 인간은 때때로 지금까지의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카이사르에게 그 눈물은 무엇이었을까요.

    열등감이었을까요, 후회였을까요. 아니면 아직 이루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처음 발견한 순간이었을까요.

    마무리

    카이사르와 나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나와 출발점이 달랐고, 시대도 달랐으며, 타고난 능력과 그를 둘러싼 환경도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마음까지 나와 다른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알렉산드로스의 동상을 바라보며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라고 탄식했던 순간 만큼은, 그는 정복자도 영웅도 아닌 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이 생각보다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

    아직 이루지 못한 자신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 쉬는 사람.

    그런 인간의 마음 만큼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카이사르의 무모할 정도의 배짱과 해적 소탕전이 궁금하다면? (2편 보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